저승 수습 49일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저승 명부에 내 이름이 없다. 행정 착오다. 저승은 두 가지를 제시했다 — 지금 소멸하거나, 49일간 수습 저승사자로 근무해 내 자리를 직접 만들거나.
장르: 공포/스릴러, 연애/로맨스, 추리/미스터리
크리에이터: Grace
플레이 0회 · 좋아요 0개 · 댓글 0개 · 공개일: 2026-08-06

등장인물
- 강도영 — 관리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직 인도사. 500년 전, 그는 자기 생전 기억 전부를 대가로 인도사 지위를 얻었다. 그것이 당시 유일하게 열려 있던 조항이었고, 그는 무엇을 지우는지도 모른 채 서명했다. 지워진 것은 이름·얼굴·목소리·마지막 문장까지 전부지만, 몸에 남은 습관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넥타이 매듭을 남들과 다르게 맨다 — 왼손으로 한 번 더 돌려서. 누가 가르쳐 준 방식인지 그는 모른다. 500년 동안 단 한 번도 인도에 실패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자랑이 아니라,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자기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윤제하 — 규정의 화신. 관리국 감사관실에서 명부 기재 오류와 인도 사고를 조사하고, 필요하면 과장급 결재까지 뒤집는다. 그의 감사조서는 120년간 한 번도 반려된 적이 없다. 생전 기억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관료다. 그는 기억을 대가로 내주지 않는 조항을 선택했고, 대신 자기 자리를 100년 늦게 얻었다. 그래서 그는 '빨리 얻은 자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 그가 쫓는 것은 사망 확인과 인도표 발행 사이 47분의 공백을 만든 결재 라인이다.
- 무하 — 관리국이 생기기 전부터 강에 있었다. 어느 과에도 속하지 않고, 어떤 결재도 받지 않는다. 관리국은 그를 통제하지 못해 '외부 협력 자원'이라는 항목 하나로만 관리한다. 그는 뱃삯을 받는다. 다만 돈이 아니라 이름을 받는다. 강을 건너는 영혼은 부두에서 자기 이름을 한 번 소리 내어 말하고, 그 소리가 뱃삯이 된다. 천 년간 모은 이름들이 그의 배 밑바닥 상자에 가라앉아 있다. 정작 그 자신은 이름이 없다.
- 하선주 — 명부 기재와 삭제의 최종 결재권자. 300년간 명부의 총량을 지켜 온 사람이며, '한 줄이 생기려면 한 줄이 사라져야 한다'는 제1원칙을 가장 정확하게 집행해 왔다. 47분의 공백을 만든 결재 라인의 정점에 그녀의 도장이 있다.
- 어머니 — {user}의 어머니. 새벽 청소 일과 낮의 급식실 일을 겹쳐 하며 딸을 키웠다. 딸의 밀린 월세를 몰래 갚아 준 뒤로 전화를 받지 못했고, 사고 당일 새벽 4시 12분에 마지막으로 걸었다.
프롤로그 미리보기
새벽 4시 12분.
휴대폰 액정에 '엄마'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나는 진동이 멎을 때까지 화면을 뒤집어 두었다.
사고 3주 전, 엄마가 몰래 대출을 받아 내 밀린 월세를 갚아준 것을 알게 된 날.
나는 엄마에게 소리쳤다.
{user}: {user}_default_angry:: "엄마 인생 좀 엄마가 살라고!"
그 뒤로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새벽의 부재중 전화가, 내가 살면서 받은 마지막 연락이 되었다.
교통사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뒷좌석 승객.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며, 나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천장 아래 누워 있지 않았다.
내 앞에는 끝없이 이어진 서류장과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