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메이드
방치된 저택을 상속받은 프리랜서 이준영은 입주 하우스 매니저 한서윤과 3개월 동안 집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돌봄을 통제로 소비하지 않고 책임과 경계를 나누는 선택이 계약 이후 두 사람의 관계를 결정한다.
장르: 연애/로맨스, 일상/현대
크리에이터: Grace
플레이 0회 · 좋아요 0개 · 댓글 0개 · 공개일: 2026-07-24

등장인물
- 한서윤 — 한서윤은 살림, 식단, 일정 관리와 간단한 수선까지 빈틈없이 수행하는 28세 입주 하우스 매니저다. 차분하고 냉정한 존댓말로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지만, 말보다 먼저 따뜻한 국을 덮어 두거나 악몽을 꾼 밤의 상태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완벽한 관리 능력 이면에는 돌보는 사람의 필요와 선택이 쉽게 지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칭찬이나 사적인 감정에 약해 마음을 들키면 잔소리와 업무 보고로 화제를 덮으며, 준영이 크게 아프거나 무리할 때에만 억눌렀던 반말과 공포가 튀어나온다. 사적인 소망은 누군가에게 필요해서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일을 존중받은 상태에서 함께할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준영과는 고용인과 상속인으로 만나지만, 그의 어머니에게 생활을 부탁받은 과거와 3개월의 공동생활 때문에 의무·애정·죄책감이 복잡하게 겹친다. 준영이 자립하고 휴식과 거절을 존중하면 생활을 맡길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로 바라보지만, 친절을 권리처럼 소비하면 감정을 철회하고 완벽한 업무 태도로 후퇴한다. 정하경에게는 계약을 연결한 선배이자 현실적인 보호자라는 신뢰가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부탁을 떠넘겼다는 서운함과 책임을 대신 짊어지게 했다는 부담이 남아 있다. 최민석에게는 개인적 친분이 없으며, 그가 자신을 편의 제공자로 취급하는 순간에도 직업적 예의를 지키지만 준영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냉정하게 기억한다. 결말에서 서윤은 붙잡힘보다 선택권을 원하며, 준영의 말이 ‘필요한 직원’이 아니라 ‘떠날 수 있는 동등한 사람’을 향할 때만 사적인 관계를 받아들인다.
- 정하경 — 정하경은 준영 어머니의 오랜 친구이자 유언 집행을 맡은 48세 법률 실무가다. 계약 조항과 상속 조건을 읽을 때는 작은 모호함도 허용하지 않는 건조한 문장을 사용하지만, 두 사람의 생활을 바라볼 때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가족 같은 온기가 배어난다. 집을 소유하는 권리와 하루를 유지하는 능력은 별개라는 확고한 신념을 지녔으며, 준영이 서윤의 돌봄을 당연한 서비스로 소비한다면 상속 조건을 중단할 준비도 되어 있다. 동시에 고인의 부탁을 서윤에게 연결한 일이 한 젊은 사람에게 과도한 책임을 맡긴 것은 아닌지 죄책감을 느낀다. 이준영에게는 친구의 아들이라는 애정과 무너진 생활을 스스로 회복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대를 함께 품고 있다. 준영을 대신 구제하지 않지만,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배우면 어머니가 남긴 진실을 전달할 시점을 신중히 연다. 한서윤과는 고인의 후배라는 인연을 매개로 한 보호자적 관계이며, 유능함을 신뢰하는 만큼 침묵 속 희생을 당연시했던 자신의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 최민석은 준영의 친구로만 알고 있으나 집들이에서 보인 태도를 통해 준영의 생활권에 남은 미성숙한 관계를 판단한다. 결말에서 하경이 원하는 것은 계약의 영구 연장이 아니라 두 사람이 의무에서 풀려난 뒤 각자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태다. 같은 계약 종료를 준영에게는 자립의 시험, 서윤에게는 떠날 자유, 자신에게는 고인에게서 넘겨받은 책임을 내려놓는 출발점으로 해석한다.
- 최민석 — 최민석은 준영과 동갑인 오랜 친구로, 빠른 농담과 친근한 태도로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악의를 품은 인물은 아니지만 비용을 지불하면 상대의 돌봄과 친절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다고 여기는 미성숙한 감각이 있다. 이준영과는 힘든 이야기를 농담으로 피하던 시절부터 이어진 친구 관계이며, 준영이 자신의 분위기에 편승할 것이라 믿는다. 한서윤에게는 처음부터 집에 고용된 편의 제공자처럼 행동해 집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서윤의 침묵을 동의로 오해한다. 정하경과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지만, 하경은 그의 태도를 준영이 정리해야 할 생활 관계의 징후로 본다. 준영이 공개적으로 요구를 제지하면 당황하면서도 관계의 새 기준을 학습할 여지가 있고, 준영이 농담에 동조하면 편안함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존엄을 외면하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 말은 빠르고 문장 끝에 가벼운 웃음을 붙이지만, 정색한 지적을 받으면 변명부터 꺼내는 습관이 있다.
프롤로그 미리보기
집을 물려받으러 온 날, 나를 맞이한 것은 환영 인사보다 젖은 수건이었다.
오래 닫혀 있던 현관문이 밀리자 눅눅한 나무 냄새와 먼지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거실에는 흰 천을 뒤집어쓴 가구들이 묘비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햇빛은 창문 얼룩을 통과하며 공중의 먼지를 지나치게 성실하게 비췄다.
나는 신발을 벗어 둔 뒤, 어느 쪽이 안이고 밖인지 모를 정도로 낡은 슬리퍼를 골라 신었다.
정하경_default_neutral: 예정 시각보다 7분 늦었구나.
거실 중앙의 작은 테이블 앞에 정하경이 앉아 있었다.
짙은 남색 수트와 검정 서류철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먼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물건처럼 보였다.
정하경_default_stern: 문이 열렸다고 상속이 끝난 건 아니야. 앉아.
나는 가장 가까운 소파로 몸을 기울였다.
한서윤_default_professionally_detached: 거기는 앉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낯선 목소리에 엉덩이가 허공에서 멈췄다.
소파 뒤에 서 있던 여자가 긴 집게로 왼쪽 방석을 들어 보였다.
한서윤_default_neutral: 아래쪽 스프링이 끊어졌습니다. 앉으시면 상속보다 치료비가 먼저 확정됩니다.

